취향

어느 노부부를 만나고

심심/상상 공상 일상

키와 몸무게 스타일과 얼굴 그리고 돈.
사람들은 이것들을 사랑한다.
사람보다는 이것들
사랑보다도 이런것들
도무지 사람을 사랑하려 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감정은
조건이란 이성으로 빛을 잃어버렸고
단지 조건과 조건의 피상적인 만남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현재진행중이다.

몇일전 집을 나서다 우연히 어느 노부부를 마주하였다.
얼굴 가득 깊게 패인 주름에
빠진 머리를 가리시려는듯 모자를 쓴 할머니와
얼마남지 않은 머리가 모두 희게 새신 할아버지.
인자하신 표정의 두분은
말없이 두 손을 꼬옥 잡으신채 길을 걷고 계셨다.
갓 스물을 넘긴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처럼
노부부는 꼭 그렇게 가던길을 가셨다.

바쁜 걸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하던 나는
괜시리 숙연해지는 마음으로 기쁜
그러나 한편으로 슬퍼지는 현실의 희비가 마구 엉키어
온종일 무개념의 나를 자책하였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데
사람들은 꽃의 비쥬얼을 더 좋아라 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데
사람들은 꽃의 향기만을 더 좋아라 한다.
화장만으론 모자라 성형이 기본이 되어버린 지금
꽃으로 가득차 꽃밭이 되어버린 지금
아름다운 꽃들이 넘쳐나는 지금
어쩐일인지 꽃밭만은 아름답지 못하다.

세상은 이렇게 이기적인 아름다움속에서
잠깐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잠깐의 아름다움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것이라는
순간의 행복을 갈구한다.
이런 현실속에서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말없이 설명해주고 있었고
바로 그런 모습에 사랑이 있었다.

사랑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오직 그곳에 있는 그녀 모습일뿐
외면적 조건으로부터 시작되는것이 아니라
존재 그 하나만으로 완성되는것이리라.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신경쓰기 이전에
우리의 시선이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웃음을 지을 수 있을때
바로 그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고 세월이 지나면 잊혀질
그런 아름다움에 집착하지 말고
보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을 가꾸는것이
거울에 비치는 외면적 비쥬얼이 시들어 사람들에게 잊혀져 갈때쯤
보이지 않는 사랑은 무한한 시간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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